자작글 3

자자

따르릉-따르릉-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린다. 오른쪽 눈을 가늘게 뜨고 창가를 바라봤다. 창가에서부터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시다.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간 손으로 울어대는 알람시계의 머리를 툭 쳤다. 정적이 흘렀다. 이불을 쥔 손을 끌어당겼다. 은진이는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그렇게. 다시 잠들었다. 따르릉-따르릉 - 핸드폰으로 맞춘 알람이 화려한 불빛과 함께 울었다. 죽어있던 이불 속에서 솟아 나온 손은 핸드폰 위치를 정확히 짚었고, 손가락으로 정확히 '중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침대 한구석으로 던졌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촤악- 은진이는 덮던 이불을 옆으로 쓱 밀었다. 침대 밑으로 흘렀다. 침대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침대와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모습이었다. 잠옷은 돌돌 말려 ..

골짜기의 밤

그날은 차가운 날이었다. 고된 행군은 끝났고, 쉬는 밤이 찾아왔다. 매우 피곤했다. 골짜기 샘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은 돌고 돌아, 옆 줄기와 만나고 휘어져서 거대한 홍수처럼 주둔지를 덮쳤다. 모든 부대원들은 추위와 싸우며 흐트러짐 없이 잠을 지켰다. 하얀 눈꽃이 야영텐트를 조금씩 덮어오고 있을 때, 형준이는 혼자 조용히 일어나 있었다. 24인용 야영 텐트 안에는 난로 옆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조심히 의자에 앉은 형준이는 난로로 얼굴을 내밀었지만 난로의 온기는 이미 눈꽃으로 덮인 지 오래이다. 형준이에겐 마지막 혹한기다. 하지만 전역에 대한 기대감보단 걱정이 앞섰다. 입대하기 전 아버지의 사업은 큰 위기를 맞았지만 아버지는 "괜찮다" 하셨고, 어머니의 기침은 계속되었다. 당장 복학은 꿈도 못 꿨다. ..

제주도 몽

힘들다. 지친다. 의욕도 없다.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눈꺼풀은 무겁다. 좀만 더 눕자. 눕자.. 눕자... 제주도로 떠났다. 도착한 제주도는 초 저녁 구름이 하늘 덮어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제주도 특유의 강한 바람이 불어 내 머리는 흐트러트린다. 네모난 서류 가방 하나 들고 알 곳 없는 곳을 걷다 보니, 작은 상점 서너 개가 바다를 마주하는 곳으로 도착했다. 한적한 좁은 도로에는 바람만이 달리 있었고 상점의 불은 꺼져 있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자. 작은 시골 슈퍼집 같아 보였다. 윤기가 나는 나무들이 양 끝기둥으로 서있고, 깔끔하게 시멘트로 마감이 되어있었다.깔끔하면서도 세련되게 치장되어 있었다. 그중에 가운데 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정사각형의 나무로 틀을 만든 간판이었는데, 가운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