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춥다_따뜻한돈이불이 필요해

좀 안아줄걸.

DiKiCHi 2017. 7. 15. 08:17

안아주지 

나에겐 무뚝뚝한 아버지가 계신다. 단둘이 방안에 있으면 처음 만난 사람보다 어색한 그런 아버지다. 스윽- 아버지를 보면 궁금하다. 아버지의 체온은 따듯하긴 할까. 저 두꺼운 손은 어떤 느낌일까. 아버지 볼과 내 볼이 비볐던 적이 있을까. 내 기억에 없는 일이라도 아버지 기억에라도 있다면...좋겠다.

나는 늘 그분에 누워있는 뒷모습만 보며 자랐다. 아버지는 누워 티비를 보시고 나는 아버지를 등 뒤를 바라보는 식이다.

아버지가 내가 태어나서 날 한번이나 안아줬을까. 알 수 없지만 묻지도 않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상상이 안 된다. 그래도 자식을 염려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단 한번은 있었다. 어릴 적형이 화장실에서 바퀴벌레를 보고 놀라 "-"하고 소리 질렀다. 그때 티비를 보시던 아버지는 전광석화처럼 화장실로 날아오셨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굳은살 아래 숨겨져있던 오랜 기억의 아버지 마음이었다. 그 아버지의 날렵한 기억이 마음의 기둥이 되었다. 동경하는 아버지 상이 되었다.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 아버지 사랑의 증거가 돼 주었다.

어느새 아들의 아빠가 된 나는 아이에게 얼굴을 부비며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살을 맞대고 싶고 그녀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깨물고 싶다.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또 만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 조심스럽게 손 한번 잡아본다. 깰까봐 재빨리 손을 놓는다. 부드러운 살갗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의 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꽉 껴안으면 답답한지, 자기 할 일이 있는지 발버둥을 치며 빠져나간다. 눈길도 안주고 장난감 차를 굴린다. 발을 깨물면 한번 쳐다보며 웃어주고 도망간다. 어린 것이 손잡으면 손을 탁 치워버린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제야 내 품에 안겨 날 조종한다. 그때만이라도 볼을 비빌 수 있어서 기꺼이 안고 일어나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할 뿐이다. 아버지는 아이의 거절과 나름에 배려로 지켜보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이 사랑인줄 알았다. 사랑하지만 안으면 품에서 낑낑대는 아이에게 미안해서, 힘들까봐, 아기 마음도 모르는 이기심일까봐, 안아주는 것도 점점 잊혀졌다. 힘들어하는 자식에게 부담 줄까 말도 못 붙이고, 바라만 보는 게 사랑이라 생각했을 아버지.

원망하지 마라. 사실 부모로부터 벗어난 건 우리다. 지금 내 아들이 내 품을 벗어나기 위해 칭얼대며 도망쳐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하듯이, 제자리를 지키시는 부모님으로부터 멀리 도망친 건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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