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춥다_따뜻한돈이불이 필요해

결혼 5년차, 결혼에 대한 고찰.

DiKiCHi 2019. 11. 13. 19:28

결혼을 한 입장에서 미혼의 친구들에게 결혼은 추천할만한 것인가?

아마 신혼 초였다면 "당장해라. 너무 좋다. 강추 강추. 이 좋은걸 왜 안 하냐?" 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2명의 아빠가 되었고, 즐겁기만 한 신혼이 지나면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다가오면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질문에 지금 다시 답을 하자면

 

'좋고 싫고는 모르겠고 내 동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다나 떨자"

<결혼>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는 즐거움, 든든함은 기본적으로 좋은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 감정은 종종 사라져 안 보일 때가 많습니다.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 예를 들어, 육아를 하면 이런 감정은 어디로 숨어버립니다. 육아의 고생이 그 빈자리를 메꾸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부부싸움을 한다면 이 감정은 2박 3일 일정으로 외박하다 돌아오기도 합니다.

특별히 <결혼>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강조하는 것이 과연 중요한가? 의문이 생깁니다.

다른 사람을 이쪽으로 끌어 올 만큼 좋은 것으로 가득 차있을까.

누군가는 결혼한지 얼마 안돼서 이혼하고, 하루가 멀다고 싸우는 커플도 많이있는데 말입니다.

<결혼>이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그 커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생에 좋은 이벤트가 될지 최악의 이벤트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에 대한 가치 판단은 결과론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노년이 되서야 우리가 만나고 살아온 시절을 돌아볼 때 결혼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지만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이 결혼이 좋은 선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직 노년이 아닌 저에게 결혼을 추천할 만한 것인지,아닌지 판단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냥 친구랑 수다나 떨 주제 일 뿐이죠.

 

늙어서 두고봅시다


지금 판단은 언제 바뀔지 모릅니다. 젊은 시절의 결혼생활은 <격동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젊기 때문에 삶에 곳곳에 숨겨진 함정들과 변수들로 결혼 생활은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좋을 때도 있고 심각할 때도 있죠.

롤러코스터를 다 타고 승강장에 진입할 정도로 삶이 진정될때 아마 결혼에 대한 가치판단을 좀 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좋아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하지만 현재의 상황, 약 5년간의 결혼생활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하는 것은 허락될 것입니다.
좋고 싫음이 아니라. 결혼이 아니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것에 대해서 말하는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결혼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바로 큰 가방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테레자가 토마시에게들고 온 큰 가방입니다.

아마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심 결혼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의문의 기대감이 있죠.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무언가를 메꿔줄 것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들고 오는 큰 가방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을 해봤든 안해봤든 상관없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렇게 안될 거니깐요.

단지 확실한 것은 결혼은 새로운 짐을 져야 하므로 발걸음이 무거워진다는 겁니다.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만의 고민을 벗어나 더 많은 고민거리를 생각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문제만 고민하고 힘들어했다면, 이제는 배우자의 고민을 같이 고민해야 하고, 우는 일이 생기면 같이 울어야 합니다. 슬픔이 두배가 되죠. 자녀가 생기면 이 무게는 3~4배가 됩니다.

모셔야 할 부모님도 두배 늘어나는 것이고, 상을 치뤄더라도 네 번을 치러야 하며, 아프시기라도 하면 걱정거리는 두배가 됩니다.

만일, 결혼을 안했더라면 이런 걱정거리의 절반은 내 것이 아닐 텐데 말이죠.
그럼 즐거움도 두배가 되지않을까? 그렇죠. 좋은 일도 더 많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기쁜 감정은 일순간입니다. 기쁨이 한 달 이상 지속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늘 미간을 지푸리게 만듭니다.
노년의 부모님을 생각한다면 기쁜 일보다는 걱정스러운 일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게 사실입니다. 자식은 뭘 하든 걱정스럽기만 하고요.
좋은 일은 순간이며 걱정은 늘 입니다.

 

같이 좀 나눠 듭시다


위 내용을 생각하면 결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결혼>을 하는 것이 선택이며, 인생의 한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혼에 이유가 꼭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결혼은 운명이고 주어지는 것이며, 기회가 바람처럼 오기도 하며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합니다. 잡을 수도 있고 무관심할 수도 있습니다.

계산한다고 최고의 결과가 올까요?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결과를 알 수없기에 <결혼>을 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합니다.

<결혼>을 하기로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든 인생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삶에서 겪을 하나의 즐거운 사건이고, 고통의 사건이고, 감격적인 사건이고, 슬픈 사건이고, 격정의 순간이고, 절망적인 사건이고, 환희의 사건입니다. 많은 이벤트 중 하나일 뿐입니다.

결혼이 좋고 나쁜 거라 가치판단을 하고자 한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노년이 되어 삶의 이벤트가 안정기에 들었을 때 가치판단이 가능하다는 것과, 또 하나는 비교할 수 있는 결혼하지 않은 삶을 대조군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결혼의 좋음과 싫음을 판단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선택한 것이라면 그것을 책임져야만 합니다. 책임을 질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자문자답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혼은 두 갈래길 중 단지 오른쪽 길 일뿐입니다. 단지 좀 더 고불거리고, 낙석이 떨어지고 종종 오르막길이 있는 길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체력이 더 좋아지고, 예리한 판단력을 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을 통해 얻은 전리품에 가치를 둔다면 결혼은 충분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자신의 삶에서만 좋음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죠.

결혼한 지 5년 차입니다. 와이프랑 함께하는 것이 좋고, 자녀도 너무 이쁩니다. 하지만 고민거리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만일 혼자라면 걱정 안 할 것이겠죠.
결국, 어느 것에 가치를 둘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운명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입니다.

<결혼>이 주는 것이 큰 가방도 있지만, 그 안에 뭐가 담겨있을지 궁금증과 기대감도 동시에 줍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나쁜 일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 또한 좋은 집에서 살 것을 꿈꾸고, 자녀들이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랄 것을 기대합니다. 와이프가 자신의 꿈을 이뤄서 대성하기를 꿈꾸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인격적으로 존경받고 성공한 삶을 꿈꿉니다.
꿈꾸는 삶에 다가 설 기회가 저에게 한 번이 있다면, 가족을 얻어서 기회가 적어도 4번의 기회를 얻은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에 꿈꾸는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것을 넘어서, 혹시 와이프와 자녀들에게 일어날 멋진 일도 꿈 꾸기도 합니다.

'혹시나 우리 와이프가?! 혹시 우리 자녀가?!' 즐거운 상상이죠.
아무리 힘들어도 일말의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고 하면 버틸 수 있다고 하던데, 그 가능성과 희망, 즐거운 상상은 가족을 통해 4배 더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혼자라면 얻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있어도 가족 중 한 명은 이 문제를 극복하고도 남을 멋진 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보다 이런 정신적인 기쁨이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보물! 제발 보물! 제발 보물!



<결혼>을 통해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 있지만, 이것을 심사숙고해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삶의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마도 이런 태도가 결혼을 <좋은 것>, <추천할만한 것>으로 결론 내리는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태도라면 싱글 라이프 또한 <좋은 것>, <추천할만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선택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경험은 다를 수 있지만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길이 있다면 좀 더 힘든 길을 선택하는 게 개인에게 좀 더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결혼>을 추천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며, 경험 부족으로 나는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혼이 좋다, 싫다는 아직 성급한 판단이니 보류하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좋은 시절이다. 앞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하겠습니다.

 

결혼한 입장으로 말하자면 <결혼>은 큰 가방을 메는 것과 같아서 힘들지만 체력은 좋아질 것이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 가방 안에 뭐가 들었을까 어떤 멋진 것이 들어있을까 매우 기대가 됩니다. 이런 기대감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 안 하는 것도 존중하며,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좀 더 타인에게 시선을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인생이므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공감할 수 있는 동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