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분자생물학전공자_아무것도모르지

기억을 삭제해드립니다. 기억을 없애는 방법

DiKiCHi 2020. 6. 17. 00:02

기억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냅스간 연결이 형성되고 강화되어야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시냅스 연결이 많아지고, 장기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생성된다는 것은 이미 1960년대에 밝혀졌지요.

 

2000년 8월 기억에 새로운 페러다임을 변환시킨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내용은 <기억은 회상할때마다 기억을 지우고 다시 기억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에 의해 시냅스 부위가 형성되고 강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만일 기억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형성을 막는다면 경험이 기억으로 남지 않게 되죠. 하지만 이전에 일반적인 상식으로 형성된 기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단백질 형성을 막는 물질을 넣어도 이미 형성된 기억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강화과정은 존재하는 기억을 뇌에 다시 한번 각인 시키는 과정이라 생각했죠.

 

르두 교수팀은 쥐에다 소리와 전기쇼크를 학습시켜 ‘공포조건화’를 시켰습니다. 결국 쥐는 소리만 들어도 쥐는 전기쇼크에 대한 공포감으로 몸을 떨게 되죠.

연구자들은 이렇게 공포를 학습한 쥐들을 두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그냥 두고 다른 한쪽은 소리를 들려줘 공포반응을 유도했습니다 (회상과정). 그리고 이 둘 그룹에 각각에공포학습에 대한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인 편도체에 단백질 합성 억제 약물을 집어넣었죠. 다음날 실험동물 모두에게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단백질을 못 만들더라도 이미 지니고 있는 기억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두 그룹 모두 소리에 공포로 몸이 얼어붙을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놀랍게도 전날 소리를 듣고 공포상태에 있을 때 (회상) 약물을 주입받는 쥐들은 다음날 소리를 듣고도 공포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전날 소리를 듣고 나서 공포기억을 떠오를때 주입된 약물 때문에 기억을 재강화하기 위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소리 뒤에 전기쇼크가 온다는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국 어떤 기억이 회상된 뒤 다시 기억으로 남아 있게 하려면 이런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꼭 만들어져야 한다”

기억은 회상할때마다 기억을 지우고 다시 기억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사실이죠!

 

이 연구의 중요성은 기억을  없앨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있을 때 이를 회상하게 한 뒤 순간적으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면 이 기억은 영영 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르두 교수팀은 2002년 뉴런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에서 기억을 총괄하는 부위인 해마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고 했습니다. 단백질 합성 억제 약물을 해마에 주사하면 역시 회상 뒤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것이죠.

이런 기억 재강화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은 무엇일까요?

 

영국 케임브리지대 실험심리학과 케리 토마스 교수팀은 공포 기억을 회상한 뒤 해마에서

이란 단백질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Zif269의 mRNA를 제거하는 분자를 만들어 쥐의 해마에 주입하자, 공포 기억을 회상한 뒤 잊어버린다는 연구 결과를 2004년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회상을 할 때마다 어렵게 시냅스를 강화해 만든 기억의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불가피하게 기억은 변형되고 원래의 원래 기억은 사라지게 되죠. 기억의 변형은 '왜곡'이 아니라 '업데이트' 과정입니다. 옛 경험이 현재의 뇌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기억 형성과정과 강화과정에서 기억은 사라지기도 하고 왜곡되고, 강화되기도 합니다. 효율적인 뇌를 사용하기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