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분자생물학전공자_아무것도모르지

2달간 내 실험 망친 이유. FBS

DiKiCHi 2017. 8. 27. 01:12

이번에 실험을 하면서 중요하면서도 너무 루틴하게 실험을 하다가 중요성을 잊고 있던 FBS에 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왜 이것을 블로그에 쓰기로 했냐하면 2달간 제 실험을 엉망으로 만든 녀석이 바로 FBS거든요. 
FBS(Fetal bovine serum)는 세포가 먹는 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써 세포를 키우는 건 늘상 있는 일이고,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주로 합니다. 제스케줄은 세포가 어떤게 자라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조그마한 녀석들이 "일요일날 와서 날 좀 캐어해줘"하면 가야합니다. 어째든 세포의 건강 상태는 늘 중요하지만 루틴한 일이기 때문에 좀 관리가 소홀해지기도 하죠.
 
생물학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FBS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30~40만원 정도 했던 것이 지금은 60~70만원정도 하니 실험실에 큰 부담이 되고 있죠. 그래서 많은 실험실에서 좀 더 저렴한 FBS를 찾았고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가격에 바꾼 브랜드가 RMBIO 제품이었습니다. 많은 실험실에서 RMBIO로 갈아탔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브랜드는 잘몰랐지만, 미국산이기도하고, '그렇게 세포에 큰 영향을 미칠까, 큰차이 없겠지' 하는 마음에 바꾼거지요.
그때까지 몰랐습니다. 이것이 우리 실험실원들의 약 2달을 말아먹을 줄은 말입니다.

저는 주로 lung cancer cell line인 A549 cell을 사용합니다. 이 세포로 말씀드리자면 정말 괴물같은 생명력과 생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적은 수를 깔아도 3~4일이면 배지를 누렇게 만드는 녀석입니다.

근데 이 괴물같은 세포도 먹는 밥이 이상하면 힘을 못쓰나 봅니다.
세포가 상태가 너무 안좋고, 자라는 속도도 안좋아서 제가 쓰는 세포가 오염된 줄 알았습니다. 당연히도 실험결과도 엉망이었죠. '손이 이상한가' 하며 계속 실험을 반복했지만 계속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분명 지난주에는 나온 결과였는데 말입니다. 다시 액체질소에 보관된 세포를 여러번 풀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실험실원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의논한 결과. FBS를 바꿔 테스트해보자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실험 결과가 엉망이었고, 세포 상태도 정상이 아님을 서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 공통적으로 쓰는 것이 바로 FBS!!. RMBIO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에 연락을 하여 다른 브랜드의 FBS 2종류를 받아서 키워봤습니다. 
놀랍게도!!! 자라는 속도와 양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것입니다. RMBIO 제품은 일주일을 키워도 안채워지던 100mm dish도 단 3일만에 꽉 채웠고 세포 상태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로써저희 실험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FBS를 바꾸면서 실험결과도 안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겪은 일들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했지만 미국회사에서 보상해주기는 어려울거라는 대리점에 말을 들
었습니다. 2달간의 돈과 고생, 아니 돈과 고생은 괜찮습니다. 실험 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오던 결과가 안나올때는 황당함과 자괴감!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결과가 하나도 안 나오니 너무 힘들었는데 모든 것이 FBS때문이 었다니... 한편으로는 그래도 원인을 밝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생물학을 연구하시는 분들.  혹시나 갑자기 세포의 상태나 성장이 늦어진다면 한번은 FBS를 의심해보시길 바랍니다. 저희 실험실같은 일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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