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긴했는데_기억이안나

[기사단장 죽이기] 만년필로 메모를 끄적인 느낌?

DiKiCHi 2017. 7. 28. 13:03
하루키의 글을 보면, 천천히 걸어가며 산책하는 기분이 듭니다.
전개가 빠른 것도 아니고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이야기 속을 거니는 기분입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도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전체적으로 큰 이벤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탄성이 나오는 그런 장면들이 없습니다. 엄청난 반전도 없습니다.
여행으로 따지면 관광보다는 휴양입니다.


1권에서는 여러가지 떡밥들로 이야기의 진행이 어떻게 될지 잔뜩 기대하게 만듭니다. 기사단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인공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이런 이야기들이 불러올 결과가 무엇일지 기대감을 최고치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러나 2권을 읽고 나면 뭔가 "짠~" 하고 멋질 결말이 있어야 앞에서 기대했던 기대감이 만족할텐데, 맥이 "탁~" 풀린 기분입니다. 

영화중에서도 보는 내내 긴장감과 빠른 진행으로 즐거움을 주지만 결말이 허무할때가 있죠. 결말보다 그 긴장감을 감독이 의도했다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사단장 죽이기]도 제 생각과 입맛에는 딱 맞았습니다. 끝맛에 좀 씁씁함을 느꼈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주자주 책을 꺼내 본건 실로 오랜만입니다.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주인공인 나는 36세의 초상화가 입니다. (주인공 이름은 나와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6년간의 결혼생활을 하던 유즈와 이혼을 하게 되고 한동안 동경, 북해도등을 여행을 하며, 친구인 아마다 마사히코가, 지금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 (아마다 토모히코) 집에서 한동안 지내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주인공은 아마다 토모히코 집에서 작품활동과 회화교실 수업을 지도하면서 거주하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주인공은 집 천장에서 꽁꽁 쌓인 그림을 하나 발견합니다. 그 그림은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일본화입니다. 유명화가이자 집의 본래 주인인 아마다 토모히코의 작품인 [기사단장 죽이기]는 기묘하면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인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아마다 토모히코가 이 훌륭한 그림은 집 천장에 숨겨두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은 멘시키 와타루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 초상화는 그리지 않겠다' 했지만, 멘시키에게 흥미를 느낀 주인공은 초상화 의뢰를 수락합니다. (왠지 거액을 제시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멘시키는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멘시키는 아키카와 마리에가 자신의 딸일거라 생각하며, 직접적으로 그녀를 찾아가지 않지만 몰래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의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매우 부자이고 주도면밀한 멘시키는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나가죠 (자신은 우연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 아키카와 마리에에게 다가갈 요량으로 주인공에게 아키카와 마리에의 초상을 의뢰합니다. 

(여기까지!! 줄거리를 자르겠습니다. 자세히 쓰자니 너무 길어질것 같고, 짧게 쓰자니 빈곳이 너무 많네요.)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다들 각자의 비밀들이 있습니다. 주인공도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기사단장과 과거의 경험들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멘시키의 비밀은 아키카와 마리에와의 부녀관계 일것입니다. 그리고 유명화가인 아마다 토모히코는 빈 유학시절 나치의 고관 암살 미수 사건이라는 그리고 가족사의 아픔들이 비밀이었을 겁니다. 

각 인물은 가슴의 비밀을 간직하지만 그 비밀은 결국은 어떻게든 표출되어야 했습니다. 
주인공은 초상화 <하얀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를 그리면서, 자신안에 있는 두려움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그림은 주인공에게 더이상 나를 그리지 말라고 경고를 하지요. 비밀을 표출하는 욕망과 또 그것으로 막는 두려움이 서로 대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멘시키 또한 아키카와 마리에의 고모인 쇼코에게 접근하면서 그 비밀을 꽁꽁 쌓아두지만 이것이 그만이 비밀을 대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아마다 토모히코가 [기사단장 죽이기]를 그린 것도 그가 반드시 자신이 겪은 일들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표출한 결과일 것입니다. 반드시 표현해야 했지만 그것은 역시 천장에 숨겨놔야할 비밀이었던거죠. 병원에서 아마다 토모히코가 기사단장이 죽는 것을 보고 마음 편히 눈을 감은 이유는 그동안 감춰둔 무거운 짐으로부터 해방된거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보길 추천하지만 굳이 안읽어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뭔가를 깊게 생각하게 되는 책인가 생각했을때 그 또한 아닌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적힌 내용을 찾아봤지만 하루키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저는 독서초보라 잘 못찾겠습니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이야기의 묘사가 너무 좋습니다. 일본 산중에 있는 집에 거주하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기분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읽어보길 추천드려요.

기사단장 죽이기 1~2 세트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홍은주역
출판 : 문학동네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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