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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논문을 쓰기 위한 방법]두려워마라 어린영혼이여

DiKiCHi 2022. 1. 10. 07:00
"I am pleased to inform you that after re-review, your manuscript, "MiR-27~~"has been accepted for publication in "Molecular~"

감사하게도 이번에 논문이 나왔습니다. 일명 '쓰레기라고 불렀던 제 연구였습니다. 쓰레기라고 무시했던 녀석인데 예상 외로 잘 커서 고마웠습니다. 다들 자신이 하는 주제들, 연구들이 남들에 비해 비해 부족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논문이 나오면 '못나도 내 자식이구나' 라는 생각에 애지중지하지요. 소심하게 지인들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잠결에 위 이메일 봤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나도 많이 컸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논문을 쓸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우선 저는 영어를 못했습니다. 영어는 읽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영작이라니...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감은 바닥이었습니다. 그래도 박사님과 약속 때문에 어째든 시작해야 했습니다. 한 줄 쓰고 지우고 한 줄 쓰고 지우고 하루에 한 두 줄 썼던 것 같습니다.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동안 본 내용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안았습니다. 고심 끝에 쓴 글은 찾아보면 누가 이미 썼습니다. 젠장.

지금도 부족하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컸기 때문에 처음 논문을 써야 하는 학생들에게 친구로써 조언하고자 합니다. 고수님들이 보신다면 비웃을 수 있지만 초보자로써 고민하고 깨달은 내용을 써보겠습니다.


1. 고민하는 그대에게

(1) 논문을 써야 하는 이유

논문 뿐만 아니라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시작했으면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자작곡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림을 좋아한다면 작품 전을 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관련된 책을 써야 합니다. 연구를 시작했다면 논문을 써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그것을 관련하여 책을 써야 합니다. 책과 논문은 단단한 세상을 향해 내리치는 망치질 입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 흔적을 많이 남길수록 능력자입니다. 논문이나 책, 혹은 결과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보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취미로 끝나는 것입니다.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없죠.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저도 그분에게 그걸로 만족할 것입니다.

 

(2) 논문 작성을 두려워하는 이유와 충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제가 걱정했던 부분을 이야기해보고 해결 방법을 써보겠습니다.

 

-영어 작성의 문제: 평소에 영어로 된 글과 논문을 읽더라도, 긴 글을 작문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글을 쓰고 보면 너무 수준이 딱 초딩일기 수준이었습니다. "~했다. ~했다. ~했다"의 연속이었습니다. 내용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산만했습니다.

뜻은 비슷해도 전공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은 좀 다릅니다. 다른 논문을 참고하면서 전공분야 단어의 사용법을 정리해야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영어 실력이 아닙니다!

 

-연구를 이해하는 하지 못한 문제: 석사 시절에는 교수님이 지시하는 실험을 합니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왜 연구를 하는지, 밝혀진 내용과 밝혀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연구 결과가 미칠 영향력 등 마치 학생의 능력을 테스트 하듯이 알려주지 않습니다. 당장의 실험에 쫒기다 보면 가장 중요한 <연구가 가지는 의미>를 놓치기 일수입니다. 그러고 2년은 휙- 날라가 버리죠. 실험만 하다 보니 목적은 사라지고, 덩그러니, 실험 기계 하나만 남게 됩니다.

 

여기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논문에 쓸 내용을 모르는 겁니다. 실험 결과는 기술할 수 있지만, 결과가 가지는 중요성과 의미가 주는 고찰은 쓰기가 어렵습니다.

 

<연구가 가지는 의미>를 안다는 것. 논문을 쓸 때, 이것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3) 논문 작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

- 누구나 처음 쓸 때는 어렵고, 아무것도 모른다.

- 연구한 기간보다 짧은 기간에 쓸 수 있다. 실험 결과가 좋다면 논문 작성은 처음 쓰는 사람도 최대 2달 안에는 다 쓸 수 있다.

- 영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글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면.

- 여러분의 논문을 검토해주고, 충고해주고, 방향을 제시해줄 동료와 교수님이 계신다. 게다가 인터넷은 늘 우리 곁에 있다.

- 논문의 영어를 교정해주는 업체가 있다. 뜻만 통하게 쓰자.

 

두려워 마라. 어린 영혼이여. 누구나 똑같다.

 

2. 논문 쓰는 요령

처음 논문을 쓴다면, 자기 주제와 비슷한 <좋은 논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논문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논문만큼 좋은 교사는 없습니다. 각 분야에 맞는 틀을 익히는 겁니다. 문장 구조를 익히고 단어의 사용법을 익히는 겁니다. 누구나 모방으로 시작합니다.

 

(1) 연구하면서 가장 참고 많이 한 논문을 분석하라.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구하면서 가장 참고를 많이 한 논문 3-4편을 정합니다. 이제는 이 논문을 따라가는 겁니다. 3-4편의 논문을 철저히 분석을 해야 합니다.

 

생물학과 관련된 논문을 예를 들면, 논문의 구조는 introduction, material and method, results, discussion, reference 크게 5 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각 파트마다 각 논문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Introduction은 주로 이런 형식일 것입니다.

『A의 정의, 이전 논문에서 밝혀진 기능, 아직 모르는 내용, 그래서 연구가 필요하다.

B의 정의, 이전 논문에서 밝혀진 기능, 아직 모르는 내용, 그래서 연구가 필요하다.

A와 B의 관계는 아직 불명확하다. 그래서 우리는 A가 B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구조를 이제 자신의 연구에 대입해야 합니다.

C를 연구 했다면 C의 정의, 그동안 연구되어온 내용들, 그래서 왜 C를 연구해야 하는지 나름의 글을 써야 합니다. 이런 형태를 가져오기 위해 3-4편 주 참고 문헌만 봐도 충분합니다. 참고하는 논문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면 됩니다.

 

(2) 쓸 내용을 생각하라.

사실 영어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논문을 작성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쓸 내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번 천천히 한글로 글을 써보시면 아마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어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실 겁니다. 그럼 앞에서 언급 했듯이 다른 논문을 참고해서 index를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좀 더 스토리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무엇을 써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쉬워질 것입니다.

Introduction
-A의 기능, 연구된 내용.
-A의 연구가 필요성과 우리의 연구 반향

Material and method
-실험A
-실험B

Result
-왜 실험A를 한 이유
-실험A의 해석과 의미
-실험A을 통해 나온 결과를 이어 실험B를 진행

Discussion
-A의 기존 연구와 밝혀진 점과 밝혀지지 않은 점.
-우리 결과를 지지해주는 논문과 반대되는 논문 소개
-실험의 전체적인 결과와 의미

간략하게 쓰면 이 정도입니다. 참고하는 논문에는 어떤 내용을 썼는지 적어보시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어떤 내용을 쓸지 적어보면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검색을 하라.

영어를 잘 못하는데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제 첫 논문을 작성할 때 한 일은 좋은 문장을 다른 논문에서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논문 읽다가 좋은 표현의 문장을 보면 공책에 따로 적어 놨습니다. 단어도 마찬가지로 적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리를 잘 못해서 큰 도움을 못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검색을 이용했습니다. 지금 쓸려는 글을 짧게 한글로 정리를 합니다. 그리고 영작을 합니다.

 

예를 들어, <miRNA는 작고, 짧은 RNA이로써 유전자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집니다>라면 <miRNA is small and short RNA that regulate gene> 문장이 맞든 틀리든 우선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그리고 구글로 검색을 하죠.

 

그러면 비슷한 문자의 글들이 쭉- 나오지요. 그럼 여러 개 읽으면 됩니다. 아래는 검색한 결과로 나온 내용입니다.

 

1. miRNAs (microRNAs) are short non-coding RNAs that regulate gene expression post transcriptionally.

2. MicroRNAs are small, highly conserved non-coding RNA molecules involved in the regulation of gene expression.

 

이 내용을 잘 조합하면 됩니다. <miRNAs are smallshort non-coding RNA molecules that regulate gene expression post transcriptionally.>이렇게 조합해서 쓰면 됩니다. 『단문 작성-검색-조합』 이것을 무한 반복합니다 그러면 논문 하나 뚝딱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베끼면 안됩니다. 수정 또 수정하여 가져온 글들의 흔적들을 지워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이런 과정 없이도 저절로 글이 써질 겁니다.

처음만 힘듭니다.

 

(4) 논문을 많이 모아라.

제 첫 논문 작성할 때, <Material and Method>를 썼던 방법입니다. 비슷한 문장을 피해가며 쓰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정치 판에 나갈 마음이 있으시다면 철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논문 표절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말이죠. 하지만 material and method는 비슷한 문장을 어느 정도 허용해준다고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실험 방법은 조건은 달라도 거의 대부분 같은 실험 도구 구입해서 프로토콜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실험 방법을 하나 골라서 구글에서 검색하십시오. 그러면 수 많은 내용을 찾을 수 있으실 것입니다.

 

예를 들어, luciferase assay를 보겠습니다.

노랑: 사용한 벡터/파랑: 처리한 시간/빨강: 사용한 키트/ 공통적으로 쓴 내용에 여러분의 조건을 넣기만 하면 됩니다.

 

(5) 소리 내어 읽어보라.

한 문장씩 한 문장씩 잘 써가고 있다면 잘하신 겁니다. 이제 쓰던 것을 멈추시고 썼던 내용을 읽어보길 바랍니다.

 

-앞 문장과 다음 문장이 연관성이 있게 흘러가고 있는가.

-글의 흐름이 불편하지 않은가.

-반복되는 내용은 없는가.

-관계사나 접속사는 적절하게 쓰고 있는가.

-동일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아닌가.

-논문의 흐름과 무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는가.

-주장하는 바를 지지해주는 내용들이 포함되어있는가.

 

 

책에서도 글을 읽다 보면 글이 매끄럽지 않은 글들을 종종 보죠. 빈약한 근거로 자기 주장 하는 것을 보면 비웃음만 나옵니다. 이런 비웃음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러분도 조심해야 합니다. 여러 번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논문에서 어색함을 느끼실 것입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뭔가 빠졌다는 기분도 드실 겁니다. 하지만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는 모르죠.

 

지식의 공백이 보이는 겁니다. 여러분의 머리 속에 없는 내용입니다. 공부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이것이 논문 작성을 꼭 해봐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 생각합니다.

 

지식의 공백 발견은 석사 과정 중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석사 과정입니다. '모르는 것'을 깨닫고 더 나아가 모르는 것을 채워가는 과정은 박사 과정입니다.

 

(6) 빨리 쓰고 교수님께 넘겨라.

처음 논문을 완성하셨다면 여러분 눈에는 완벽해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교수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죠.

여러분이 일 년을 준비해서 교수님께 보여드리면 만족하실까요? 아닙니다. 교수님의 눈은 하늘 위에 있습니다. 통찰력이 다릅니다. 저희와 보는 시선과 사고가 다릅니다. 어떻게 하든 부족한 논문입니다. 교수님께 논문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기대 안 하는게 좋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있습니다. 최선을 다한 논문은 티가 납니다. 교수님도 아십니다. 그분들도 다 겪었던 어려움이었기 때문이죠.

 

제가 충고하고 싶은 것은 논문 작성이 끝났다면, 너무 오래 잡고 있지 마십시오. 교수님께 빨리 넘겨야 합니다. 최선을 다했으므로 여러분 손에서는 더 이상 발전이 없습니다. 교수님들의 초월적인 통찰력으로 여러분의 논문을 업그레이드 시켜주실 겁니다.

먼저 완성된 논문을 들고 교수님께 찾아가 수줍게 내밀면 교수님께서 보시고 부족한 부분을 말해 주실 겁니다. 그럼 또 최선을 다해 빨리 수정을 합니다. 또 교수님을 찾아갑니다. 또 지적해주십니다. 그럼 또 최선을 다해 수정하시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10번 정도 반복하면 논문은 처음과 달리 굉장히 수준이 올라 가있을 겁니다. 그렇게 성장하는 겁니다. 까이고 성장하고 까이고 더 성장하는 반복입니다.

그렇게 교수님 뒤를 따라가는 겁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들을 부족하지만 몇 자 적었습니다. 사실 위 내용은 논문을 써보신 분들은 저절로 깨닫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처음 쓸 때의 걱정과 두려움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가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우선 써보라는 것입니다.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끝냈을 때, 여러분 분야의 <전문가>로 변해 있을 겁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다른 시선으로 논문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연구 분야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힘들지라도 발전해 있을, 전문가가 되어 있을 모습 상상하며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