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긴했는데_기억이안나

[나쁜 페미니스트 / 록산게이]-반성합니다.평등을 혐오했습니다.

DiKiCHi 2017. 4. 12. 00:00

안녕하세요. 디케이씨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읽은 <나쁜 페미니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거예요.

 

 

 

 

'책 겉표지 너무 이쁜 분홍색이라 과연 어떻게 들고 다닐까?' 고민했어요. 주로 저는 지하철에서 책을 보거든요. 게다가 책 제목이 <나쁜 페미니스트>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런 걱정 접어두고 저는 당당히 꺼내서 봤습니다. 

책 뒷면 글에 당당하기 위해서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면서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걸까?

핑크색을 좋아하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는 걸까?

<나쁜 페미니스트>를 보면서 책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 성차별적인 말과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책을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불편했고요.

정말 불편했습니다. 책 보는 내내 제 미간은 찌푸려져있었고, 한숨은 푹푹 나왔습니다.

책 속에 나오는 성차별적인 정책들, 영화, 음악 그리고 책 속에 나오는 성차별은 너무나 저에게 익숙한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지지했던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우물 안에 개구리였습니다. 아니 장님이었습니다. 위선자이고 쓰레기입니다.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 둘러싸여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몰랐습니다.

 '여자는 이래야지'라는 말로 여성들을 가두고 있었습니다. '생명은 소중하니깐'라는 말로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고통 받는 여성을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야한 농담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무시했습니다.

지금도! 성차별은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습니다. 제 입에, 여러분 입에 성차별이 담겨있습니다.

 

이 책은 봐야 합니다.

남자. 여자. 어른. 아이

모두 다 봐야 합니다!!

 

우리는 알고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말과 생각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주의해야 합니다.

남성들은 자기 와이프나 딸이 차별 당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여성들은 자신들이 알게 모르게 받던 차별을 넘어서 자기의 실력과 존재로 정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서문]

여러분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저는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정장과 뿔테 안경을 쓰고, 결혼은 못해서 히스테리적이지만 성공한 여성들. 이들이 모여서 남성을 혐오하고, 정치 정책을 여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노력하는 좀 까탈스러운 여성?' 이 정도는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한때 이슈였던 군대 가산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역차별이라 분노했으니 분명히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미지는 안 좋았습니다.
이런 생각은 비단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진 않죠.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를 생각할 때 완벽한 페미니스트를 원합니다. 비 이상적인 도덕적 기준을 정해놓고 완전한 모습을 기대합니다. 페미니스트이 성인(聖人)이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만일 성인인 페미니스트가 여성을 비하하는 음악을 듣는다면 바로 죄인으로 낙인을 찍죠.
 
그래서 록산 게이는 말합니다.
자신은 나쁜 페미니스트다. 자신의 페미니즘은 완벽하지 않다. 

 

핑크색을 좋아하고 섹o를 좋아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음악에 몸을 흔들기도 하고, 유익을 위해서 정비공 앞에서 멍청한 척하기도 한다.그러나 부족한 모습 가운데 하나는 확실히 믿는 것이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를 믿는다.

 

록산 게이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부처님처럼 성인이 돼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라는 믿음부터 시작합니다. 아무리 자기가 여성을 비하하는 음악에 엉덩이를 흔드는 사람이어도, 삶이 엉망이어도 이 믿음을 가지고 조금씩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완벽할 필요도 없고 천편일률적일 필요도 없습니다. 동등한 권리를 혐오하지 않으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과 남성이 평등을 믿지만 아직까지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차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죠.

 

책에 대한 내용 몇 가지만 뽑아왔습니다.

 

 

[여성 혐오와 표현의 자유]

로빈 시트의 싱글 <blurred line> <Give it 2 U>외에도 다양한 음악에서 성적인 농담이나 여성들의 비하하는 가사들로 가득 차있지만 이 아티스트는 단지 '이건 노래 일뿐이다' '그저 자신을 표현한다'라는 말로 넘어갑니다. 

예뻐서 한번 안아본 건데 어때? 그냥 가슴 한번 만진 건데 어때? 웃고 넘어가요. 당신은 아름다우니까요. 남자가 외모 칭찬 좀 할 수도 있지, 뭘 그래요? 이런 문화에서는 여성들이 남성의 변덕과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고 여성의 가치는 계속해서 폄하되거나 무시되어버린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대놓고 원한다. 우리 사회 문화는 남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문화이다.

 

낙태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아주 화가나서 미치겠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한 여성이 있습니다.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남자친구와 그 여성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했고 임신 27주에 부엌에 있다가 하복부에 통증을 느껴서 쓰러졌는데 하혈이 멈추지 않습니다. 그녀의 생명과 아이의 생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아니 이미 선택은 되어있습니다. 이 여성이 아이의 생명의 고귀함을 위하는 낙태권이 없는 주에서 살았거든요. 그녀가 생명의 거룩함 때문에 죽었습니다. 

낙태 반대자들는 그녀의 숭고한 희생에 눈물을 찔끔 흘렸겠죠. 그리고 금방 쉽게 잊겠죠.

 

그녀의 생명을 누가 결정하는 걸까요? 아이의 생명은 지켰지만 여성의 생명을 포기하기 만든 사람들은 대체 누군가요?

"오하이오에서는 낙태를 하고자 하는 여성들은 반드시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고 낙태 합병증은 개인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합니다. 이런 갖가지 법안을 만드는 전국의 입법자들은 다 여성을 보호하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알았다. 알았다고요. 남자들은 여성을 보호하고 싶어 하니까요. 여자 엉덩이를 움켜잡고 싶을 때는 빼고 말이죠"

책 읽을 때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웠습니다. 또 글을 쓰기 위해 보는데 또 또 화가 나고 짜증이 납니다.

 

낙태를 원하는 여성에게 아이의 태동을 들려주고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말이나 되나요?! 이런 고문이 어디 있나요. 죄책감으로 여성을 괴롭게 하려는 의도는 뭐인가요?!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이 시대에서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도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그렇게 생명을 소중히 한다면 술, 담배나 없애지.

진심으로 화난다!!

 

[성폭력을 바라보는 태도에 관하여]

2011년이었던가요? 고려대 의대학생들사이에서 집단 성폭행이 일어났었죠?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이 원인을 제공했다는등 고소하겠다는등 오히려 각종 협박을 했다죠?. 징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가해 학생들은 잘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겠죠.

왜 성폭행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낙인을 찍는 건가요?

 

텍사스 주의 클리블랜드라는 곳에서 열한 살 소녀가 18명의 남자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뉴욕타임스> 기사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이 기사의 제목은 

<악의적 폭행이 텍사스의 소도시를 뒤흔들다>였습니다. 이 기사만 보면 피해자는 이 도시인 것 같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가해자 남성들의 인생이 영원히 달라져 버린 것. 이 소도시가 오명을 뒤집어쓴 것. 이 불쌍한 소년들이 앞으로 영영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11살 소녀, 이 어린이에 관한 기사도 있습니다. '소녀는 스무 살 아가씨처럼 옷을 차려입었다'

이 사건은 열한 살 어린이의 육체가 갈가리 찢긴 사건이지, 이 마을이 갈가리 찢긴 사건이 아닙니다. 그녀를 강간한 남자들의 인생이 산산조각 난 이야기가 아니라 소녀의 인생이 산산이 조각난 이야기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강간에 관련된 것들을 지나치게 수용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습니다. '강간 문화'라는 단어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죠.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성폭력의 내용은 단골 소재가 되었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사건 이후의 피해자의 일상생활이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깔끔하게 사건이 마무리된다는 것처럼.

 

어쩌다 강간과 성폭력이 우리의 표현 속에 이렇게 뿌리 깊이 자리 잡고 합리화되었을까? 어쩌다 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도 그것이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단 식으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다시 페미니즘으로]

 

  • 나는 여성으로서 실패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로도 실패하고 있다. 이런 내가 멋대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다니다니 진정 훌륭한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죄송스럽다. 내가 페미니스트라면 아마 나쁜 페미니스트일 것이다. 나는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인간이다. 나쁜 페미니스트는 내가 페미니스트이자 솔직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이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이렇게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어 세상에 나가고 싶고, 이렇게 하면 더 좋은 여성이 되고 싶다. 페미니즘의 절대적인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모순적인 사람이지만 확실한 건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개똥 같은 취급을 당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다.
  •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스트가 아예 아닌 것보다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는다.

 

책 내용은 훨씬 많은 문제를 다루고 있고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차별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나와있습니다. 한번 다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아픕니다.

단지, 제 눈꺼플이 무거워 더 많은 것을 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책을 보고 저의 민낯을 본 것 같습니다. 누가 인종차별, 성차별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저는 책을 보면서 '나도 나쁜 놈이었구나' 반성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새롭게 변화될까? 아닙니다. 저도 큰 변화는 없을겁니다. 여전히 나도 모르게 성차별적인 말도 할 것 같고, 여성을 무시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도 여전할 것같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인지 알겠죠. 그리고 잘못된 생각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엄정하게 검열할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랄 뿐입니다.

저도 완벽한 페미니스트는 자신 없습니다. 하지만 나쁜 페미니스트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에 스며있는 남성 중심의 사고들이 걱정됩니다. 

여러분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성차별적인 이야기를 보신적이 있나요? 아마 신경 안쓰고 넘어가셨을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들어보면 남성 중심의 가사들과 성 상품화가 걱정됩니다. 드라마에는 왜이렇게 여주인공들이 왕자만 기다리고 있나요. 여성은 충분히 스스로 여왕이 될수있는 능력이 있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왕자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사회에 불평등이 만연하다는 증거입니다. 불평등 속에 절망한 여성들이 회상하는 아련한 추억이랄까요...

 

나중에 제 딸이 생긴다면 그런 문화에 길들지 않게 할거예요! 너가 싸우고 쟁취하고 왕이되라!

 

[책 단점]

 

<나쁜 페미니스트>의 액기스는 앞,뒤로 50페이지 안에 다 있습니다. 액기스만 봐도 세상에 눈이 뜨이고, 불의에 대해, 차별에 대해 분노하게 충분합니다. 

중간 부분은 영화, 책에서 다루는 차별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모르는 영화고 아는 사람도 아니라 잠시 졸았습니다. 

 

게다가 록산 게이는 자신은 불완전한 사람이면서 소설과 영화는 완벽하길 원합니다. 

예를 들어 흑인 노예에 관한 이야기면, 영화를 통해 흑인들이 주체적인 삶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노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백인 주인을 한대 때려줘야 만족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예이야기에서 왜 성차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냐는 식입니다. 노예 이야기인데...

록산게이가 만족할려면 영화와 책에서는 인종차별이야기와 성차별, 둘다 말해줘야만 합니다.

 

또 록산 게이는 백인이 쓴 흑인의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날씬한 작가가 비만인 주인공 이야기를 쓰는 것을 싫어하고요. 성폭행 당해본적 없으면 그런 장면을 묘사해서는 안된다는 것 같습니다. 

겪어보지도 않았으면 말하지도 말라고 하죠.

 

왜 그래야하는지, 그냥 쓰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나 영화 감독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써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록산 게이의 입 맛만을 위해 만들어야 하나요? 

 

그래도 훈훈하게 끝내자면, 

록산 게이 글 정말 잘 쓴다. 정말 좋은 책이다. 

자만하지 말고 모두 보자.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 케스트도 재미있어요. 들어보세요.^^

나쁜 페미니스트
국내도서
저자 : 록산 게이(Roxane Gay) / 노지양역
출판 : 사이행성 2016.03.14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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