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춥다_따뜻한돈이불이 필요해

새벽에 일어나 생각난 것들.

DiKiCHi 2017. 12. 13. 13:26

어머니 복

어머니께서 교회에 여성교회 총무를 맡으셨다고 한다. 총무라는 직책은 그 다음 해에는 자연히 회장으로 이어지는 자리이다. 

큰 교회에서는 회장이라는 말만 좋을 뿐 얻는 것보다 희생이 따르는 자리이다. 그렇다고 일반 직장처럼 월급을 받는 자리도 아니다.

어머니께 처음 총무를 맡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을 때, 얼굴에서 스쳐지나가는 근심을 보았다.

우리 집 형편을 아는데 차라리 그냥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저 '괜찮다. 내년에는 다른 일은 못하겠다'하셨다. 짧게만 말씀하셨다.

문득 내 자녀를 보며 어머니를 생각하니 왜 총무가 되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것은 식들이 잘 될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혹여나 교회에서 봉사와 헌신을 통해 복을 받는다면, 기꺼이 그것을 자식에게 넘겨주시려는 마음이었으리라.

어머니가 주실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남들이 피하는 자리에 가신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을 생각하면 나는 복 받기 어려운 사람이다.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신앙생활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어머니의 고생을 생각하면, 하늘에서 내리는 복이라는 것을 하나라도 놓치면 안될 것 같다. 

어머니의 헌신이 아닌가. 하나라도 놓치면 불효가 될 것 같다. 

 

맥도날드

우리 동네에는 24시간 맥도날드가 있다. 사실 햄버거는 맘스터치가 좋고, 커피는 스벅이 좋다. 하지만 새벽에 여는 곳은 여기 뿐이다.

새벽에 갈만한 곳이 맥도날드 뿐이라는 것이다. 맛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새벽이기 때문에 가는 곳은 맥도날드인 것이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면, 와이프와 아들을 집에 두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꼽자면 새벽이다. 

그렇다고 평소 다른 시간엔 가정에 충실하냐? 아니다. 단지 새벽은 와이프에게 덜 미안한 마음으로 혼자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맥모닝은 나에게 세번 씹으면 끝이난다. 맥모닝에는 여유라는게 없다. 말 그대로 인스턴트 식품인 것이다.

하지만 메뉴를 보면 <디럭스 블렉퍼스트>라는 메뉴가 있다. 난 이게 좋더라.

팬 케이크 두 와 메이플 시럽, 반 갈라진 빵과 딸기 쨈, 짭쪼름한 고기패티, 스크램블 에그, 해시 포테토와 케첩따뜻한 커피를 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플라스틱 칼과 포크를 준다. 유럽 여행에서 배워온 것이 있다면 바로 포크와 칼질이다. 

칼과 포크

이것이 새벽에 맥도날드를 찾는 핵심 이유다. 

이 마법의 도구는 먹는 시간을 현저하게 늘려준다. 조금씩 팬 케이크을 썰어 메이플 시럽에 적셔서 한 입, 고기패티와 빵을 또 썰어서 한입.

따뜻한 커피로 입 한번 헹구고 다시 칼질. 

최고의 시간과 최고의 음식의 조화.

"이것이 여유지" 

 

 

가는 길이 멀다.

요즘 우리 교회가 핫 하더라. 여기저기 매체에서 말이 많아서 가슴이 아프다. 

개인적인 생각엔 전적으로 교회와 목사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이 잘못했다고 가족을 버릴 수도 없는거 아닌가. 그래도 같이 살아야지. 

그러나 잊지는 못하리라.

오늘 교회 가는 길이 유난히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