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긴했는데_기억이안나

소설 더 로드 (THE ROAD)/코맥 매카시

DiKiCHi 2022. 1. 10. 15:13
오늘은 소설 <더 로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와서 이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암울한 책은 처음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같은 책을 읽어보면,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죠.
가령, 우중충한 구름, 회색빛 도시, 재에 덮인 땅, 병든 사람, 마른 사람, 고뇌와 갈등, 광기, 죽음.
마음에 연민과 고뇌로, 한없이 자신의 밑바닥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읽고 나면 마음 한편이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있죠.
하지만!!  여기 그 끝판 왕이 있습니다!
로드
빠밤-!!

 

<로드>의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속으로 간다면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이 있나! 지상낙원이구나!"라고 했을 겁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회색이라면 로드는 그냥 검은색입니다.
 

이보다 암울할 수 없다.


 

<로드>의 배경은 지구가 불타고 재만 남은 상황에서 시작이 됩니다. 모든 것이 타버렸고, 녹았고, 비가 오고, 춥고, 배고프고, 아프고, 서로 잡아먹고 하는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왜 지구가 타버렸는지에 대한 이유나 원인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책을 보는 내내 작가인 코맥 매카시의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대체 이유가 뭐냐?! 궁금하다.

 

<로드>의 특징은 주인공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없고요. 대화들도 짤막 합니다. 거추장 한 말들도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상황과 분위기를 묘사로 채워져 있죠.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참혹한 실상이 현실처럼 느껴집니다.

 

 

이유도 없는 재앙에서 살기 위해 계속 걸으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순간순간 아버지와 아들은 하염없이 걷습니다. 중간에 식육을 하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기도 하고 통조림이 가득한 집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은 위기에 맞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암울한 현실 속에서 순간 순간을 살아갑니다.
그렇게 걷다 걷다 도착한 바다는 파라다이스였을까요? 아닙니다.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긴장감 빼면 기승전결의 부재로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해피엔딩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책이 계속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너무 교훈적이야.


<로드>를 읽으면서 현실 속에 저를 둘러싼 불안한 환경과 두려움 가득한 미래를 봤습니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재만 남은 세상은 저를 둘러싼 세상과 다른게 없습니다.
여러분도 시시때때로 힘들고 어려운 위기가 오죠?
우리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힘겹게 재가 덮인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걷다 보면 식인을 하는 사람들 위협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도 살기 위해 약탈하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남을 잡아먹는 것은 재앙이 덮친 세계에서는 당연한 원리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인간답진 않죠.
여기서 <로드>는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면, 너도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게 당연한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내 신념과 원칙과 상관없이 잘못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해서 양심을 버리진 않습니까?
저는 그렇게 행동 한 것 같습니다. 굶기 싫어서 그랬고, 죽을까 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고픔과 추위와 죽음의 공포가 변명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재앙이 덮친 세상에서 양심과 원칙을 지키며 인간으로 남을 자신이 있나요?
책에서는 아버지도 살인의 유혹을 받지만, 아들이 있어서 끝까지 양심과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이유였습니다. 병들고 굶더라도 말이죠.

소년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보았다. 운 것 같았다.
말해보라니까.
우린 아무도 안 잡아먹을 거죠, 그죠?
그래. 당연히 안 잡아먹지.
우리가 굶더라도요.
지금 굶고 있잖아
안 굶는다고 했잖아요.
안 죽는다고 했지. 안 굶는다고는 하지 않았어.
어쨌든 안 잡아먹을 거죠.
그래. 안 잡아먹어
무슨 일이 있어도요.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좋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래.
그리고 우리는 불을 운반하니까요.
우리는 불을 운반하니까. 맞아.
알았어요.

 


 

어렸을 때 신념과 꿈을 위해서 살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했습니다. 목숨이라도 기꺼이 버릴 자신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딱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습니다. 신념이나 양심은 미뤄두고 말이죠.

<로드> 보며 반성했습니다.
지금 저는 세상과 타협하고 살고 있다치더라도, 제 자식에게는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요?
 "어차피 모두가 이렇게 산다. 너도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라"라고 말해야 하나요?

아니요! 싫습니다!

"끝까지 불을 운반해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끝까지 양심을 지키고 싶습니다.

자식에게는 "추위에 떨고 배고파도, 설령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도 양심과 신념을 버리지 마라. 인간답게 살아라" 좋은 말을 하면서, 정작 저는 식인하면서 배를 불린다면 이것 또한 말이 안 되지요.
 
제가 지켜줘야지요. 제가 보여줘야지요.
자식을 생각하면 굶더라도 양심적으로 먹을 것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너도 끝까지 불을 운반해라"라는 유언으로 죽고 싶습니다.
자식 앞에서는 본을 보이고 싶으니깐요.

여러분은 처참한 세상에 나가는 자녀 손에 무엇을 쥐여주실 건가요?

울고 있었다. 그칠 수가 없었다. 소년은 오랫동안 울었다. 아빠하고 매일 이야기를 할게요. 소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잊지 않을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소년은 일어서서 몸을 돌려 다시 길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