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분자생물학전공자_아무것도모르지

여자 기숙사에서 생긴일 (월경 동기화 현상)

DiKiCHi 2020. 6. 18. 07:11


1971년 네이처 저널에 24살짜리 대학원생의 두쪽짜리 논문이 실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논문의 제목은 ‘월경 동기화와 억제 Menstrual Synchrony and Suppression’으로 여대 기숙사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한 연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대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는 여학생들의 월경주기가 같아지고 (동기화)한 주기의 주기가 길어진다는 (억제) 내용이었습니다.  이 연구가 주목 받은 이유는 아직까지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인간 페로몬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페르몬은 곤충이나 동물들이 몸 밖으로 분비하는 생체분자로써, 같은 종에서 생리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1959년 네이처에 발표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페터 칼손 박사와 마틴 뤼셔 교수가 처음 <페로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두 쪽짜리 논문은 낸 여성 과학자는 마샤 맥클린톡으로서 1965년 미국 동부의 웰즐리대에 입학하였다. 1968년 맥클린톡은 친구들과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그곳에 어떤 연구자가 암컷 생쥐들을 함께 키우면 배란 시기가 같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다른 참석자들은 이런 현사의 배후에는 페로몬이 있는지 논의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맥클린톡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라고 껴들었습니다. 다른 과학자들은 어떻게 그걸 증명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맥클린톡은 자신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대답했지만 전부 남자였던 과학자들은 의심의 눈길을 보냈지요.

맥클린톡은 여자 기숙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졸업논문 주제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135명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상세한 기록을 시작하였습니다.
약 7개월동안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그녀의 짐작대로 여학생들 사이에서 월경 동기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0월 학기가 새로 시작되어 월경을 시작한 평균 차이는 7-10일인 반면, 그 다음해 3월에는 3~7일로 크게 줄었습니다.
또한, 월경주기에 남자와 접촉 빈도수가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2회 이하로 남자를 만나는 빈도가 낮은 여학생은 월경주기가 평균 30일이었지만 3회 이상 만난 경우는 28.5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끼리 있을 때 월경이 억제되는 것입니다.

인간 페르몬 존재의 가능성을 보여주어 페로몬을 찾기 위한 학계 및 산업계 노력이 있었지만 뚜렷한 인간 페로몬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1998년 맥클린톡은 인간 페르몬의 존재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두 번째 논문을 <네이처>에 실었습니다.  그녀는 월경동기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인간 페로몬의 기능은 ‘주변 암컷의 월경주기를 단축시키는 작용과, 반대로 연장시키는 작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맥클린톡과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난포기 여성 겨드랑이에 면패드를 넣어 분비물질을 채집한 뒤 참가자의 윗입술에 문질러준 뒤 6시간은 씻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실험참가자는 어떤 냄새로 의식하지 못했지만 놀랍게도 월경주기가 평균 1.7일 단축되는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반대로 배란기의 여성에게 얻은 분비 물질을 이용해 똑같은 실험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평균 1.4일 월경주기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맥클린톡은 이 실험을 통해 인간 페로몬이 존재한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페르몬이 어떤 물질인지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인간 페로몬의 존재를 증명하는 연구는 많았지만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페로몬의 특징은 분자 몇 개만으로 작용할 정도로 생명체는 민감한 반응을 유도하지만 검출하기는 매우 극소량이라는 점이다.
현재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안드로스타디에논 androstadienone’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혈액, 땀, 겨드랑이 털, 정액에서 발견되는 냄새가 없는 분자입니다. 이 물질이 인 채에 미치는 효과들이 보고 되고 있지만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근 나오는 페르몬 향수에는 대부분 ‘안드로스타디에논’을 첨가하여 제품을 팔고 있지만 과연 진짜 인간 페로몬 일지 아닐지 두고 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