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분자생물학전공자_아무것도모르지

재조합 DNA 의약품 “제넨텍” 신화는 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DiKiCHi 2020. 5. 29. 06:52

 

휴물린(humulin)은 1982년 10월 FDA에 승인한 첫 재조합 DNA를 이용한 의약품입니다.

인간 인슐린을 DNA 재조합을 통해 박테리아에서 대량생산한 의약품으로써 그 과정은 연구자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닙니다. 인간 인슐린 생산은 과학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EcoR1 제한효소 발견

UC샌프란시스코 허버트 보이어 교수의 연구주제는 제한효소였습니다. 1960년 대에 발견된 제한 효소는 박테리아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효소로 바이러스 DNA를 절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한효소의 특징은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자른다는 것입니다. 보이어 교수는 1972년 EcoR1이라는 제한효소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은 GAATTC 서열의 G와 A 사이를 자르기 때문에 잘린 말단이 상보적으로 다시 결합하기 쉬운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EcoR1의 발견은 유전자 재조합의 기술을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EcoR1 - DNA 절단

 

스탠리 코언 교수와 만남

보이어 교수는 학회를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때 플라스미드를 연구하는 스탠리 코언 교수를 만나게 된다. 박테리아는 항생제 저항성을 갖는 플라스미드를 통해 박테리아 집단내 항생제 내성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코언 교수는 항생재 내성을 갖는 유전자를 제한효소를 이용하여 플라스미드에 결합시키면 내성이 없던 박테리아도 항생제 내성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원교수는 이런 아이디어를  보이어 교수에게 말했고 보이어 교수는 정제된 EcoR1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면 공동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듬해 제한효소를 처리한 두 플라스미드를 이용하여 항생제 내성을 갖는 플라스미드를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성공적인 DNA 재조합을 바탕으로 고등생물의 DNA를 넣는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종간의 유전자를 넣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만 1953년 DNA의 구조가 밝혀진 후 생물의 유전물질이 동일한 DNA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고등생물의 유전자 또한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개구리의 DNA를 넣는 것을 시작으로 사람의 유전자를 넣는 연구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슐린의 필요성이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보이어의 연구는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슐린은 1920년대부터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임이 밝혀진 후에 소와 돼지의 췌장에서 추출하여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증가하는 당뇨병 환자에 공급하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약사에서도 인슐린을 화학적으로 합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였지만 아미노산 51개로 이뤄진 생체분자를 합성하는건 불가능하였습니다. 재조합 DNA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밥 스완슨과의 만남

밥 스완슨은 고등학생시절까지 수학과 과학에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MIT에 입학한 후 자신이 과학보다는 사람에게 관심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화학과 수업보다 경영학 공부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은행과 벤처캐피탈을 전전거리던 스완슨은 회사에서 쫓겨난 후 다른 사업을 찾던 중 보이어 교수를 찾게 됩니다.

재조합 DNA를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집요하게 보이어 교수에게 연락하였습니다. 그결과 10분간의 시간을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이어 교수와 스완슨의 만남은 10분을 지나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겨 3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스완슨은 보이어 교수의 이름을 앞세워 10만 달러의 투자자를 찾았고 이 투자금으로 1976년 ‘제넨텍(Genentech)’을 세우게 됩니다. 이들은 인간 인슐린을 대장균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 인슐린 유전자를 확보해야 했지만 누구도 해본적이 없던 일이었습니다. 인슐린 유전자 확보 문제는 아서 리그스를 만나면서 해결했습니다.

 

 

미국 제넨텍 본사에는 맥주를 마시며 창업을 결심한 벤처투자자 밥 스완슨(왼쪽)과 허버트 보이어 교수의 모습을 딴 동상이 있다. [출처: 중앙일보] 바이오 1위 제넨텍 20조 신화, 시작은 40년 전 ‘맥주 잡담’

 

아서 리그스와 만남

아서 리그스는 화학적으로 DNA를 합성해 인공적인 유전자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인공 인슐린 유전자를 만들어 플라스미드에 넣고 클로닝하면 인슐린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 보이어 교수는 리그스와 공동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스완슨은 이 둘의 만남으로 또한번의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인슐린 유전자 합성 이전에 ‘소마토스탄틴’ 이라는 단백질을 먼저 합성하는데 시간이 소비되긴했으나 인슐린 또한 발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슐린의 아미노산서열을 바탕으로 DNA염기서열을 추적하여 DNA 합성을 진행하였습니다. 인슐린은 두개의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두개의 DNA 조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결과 6개월 만에 인공 인슐린 유전자를 만들수 있었습니다.

제넨텍은 두 유전자  받아 플라스미드에 넣고 클로닝을 진행하였습니다. 그결과, 1978년 8월 21일 만들어진 인슐린 조각을 합쳐 완전한 인슐린 단백질을 만들었습니다.

 

제약회사 일라이릴리

4일이 지난 8월 25일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는 제넨텍과 라이센스를 체결하게 됩니다. 생산규모를 키우는 공정을 개발하고 인공적으로 만든 인슐린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1982년에 FDA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넨텍은 1980년에 나스닥에 상장하는데, 개장되자마자 35달러였던 주가는 71달러까지 올랐으며, 92만주씩 주식을 보유했던 보이어와 스완슨은 하루만에 6,600만 달러의 갑부가 되었습니다.

보이어 교수는 유전공학의 선구자였지만 재조합 DNA 기술을 개발한 보이어 교수와 코언 교수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제넨텍에서 보이어 교수는 1991년 55세 나이에 은퇴하여 인생을 즐기고 있으며, 스완슨은 1990년 회사에서 물러나 52세에 암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제넨텍은 1980년 후반부터 경영난을 겪으면서 2009년 호프만라로슈에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상용화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야하며,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하나 이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멋져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