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통보한 지 3개월 만에 충북지역으로 우리 팀은 이전하였습니다.
올해 연초에 일이었습니다. 대표님과 회의가 있는 날이었지만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한 날이었습니다.
오후 집으로 가는길에 팀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대표님이 우리 XX로 가라는데요?! 3월에 이전하는 거로 하자고."
이건 무슨의미인가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번 이전을 통해 우리를 모두 내보내려는 의도인가? 였습니다.
일단 어떤 식으로 지원해줄지, 출퇴근비를 줄지 숙소를 줄지 결정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누가 과연 거기를 따라갈까 생각했습니다.
아마 다 그만두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회사 사정에 따라 결정한 거겠지만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상황을 만든 회사에 애정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잘 선택해야 했습니다. 지금의 조건을 버리고 다른 곳을 갈 것인가. 아니면 주말부부를 할 것 인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야 하나.사실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이 정도 연봉받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주말 부부 하기에는 육아 중이라 제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출퇴근을 하자니 SRT 타고 왕복 5시간을 출퇴근에 쓰자니 끔찍했습니다.
이직이나 이사...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했습니다.
결국은 이사하기로 했습니다.
이사...😑
제가 이 회사에 얼마나 있을 줄 알고 이사라니. 중간에 잘릴 수도 있고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는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현실에서 큰 모험이었습니다.
이사를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다른 곳 가도 이런 월급 및 복지 혜택을 받기 어렵다.
2. 대표님을 비롯해 직원들의 인격이나 성격이 괜찮고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감당 가능하다.
3. 회사에서 배울게 아직 많다.
4. 애 키우다 보니 집이 가까운 곳에 사고 싶다.
이런 이유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리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평생을 살아온 동네에서 떠난다는 것이 막연히 두려웠습니다. 서울 특! 별! 시! 민! 에서 '읍'에서 산다는 것도 뭔가 실패한 인생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서울로 못 올라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매우 만족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영화관이 3분 거리에 있어도 거의 못 갔습니다. 육아하면 집이 전부입니다. 그래도 여긴 집도 넓고 테라스나 가면 아이들 놀기도 좋고 여유로워서 좋습니다.
와이프에게는 "이러다 귀농하는 거 아니야?" 농담도 했지만 왠지 서울 갈 수 있어도 안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안에 식물을 키우면 무조건 죽이는 <식물 학살자> 와이프님은 요즘 테라스에서 상추, 고추, 토마토, 고수, 바질 등 식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오늘 첫 수확을 했죠. 정말 귀농 트리를 탄 것 같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이사 비용 및 주거 비용 일부를 지원해줘서 크게 부담 없이 이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에 충성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자는 확실히 회사가 먼저지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는 것은 이번에 느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핵심 멤버도 아니고 저 없이도 잘 굴러갈 겁니다. 회사는 분명 저의 가치가 떨어지면 버리겠죠.
그래서 회사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통이라고 해도 말이죠.
사실 힘들면 도망쳐야 합니다. 하지만 견딜 때까지 견디고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려운 일들은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죠. 자신을 돌아보게도 하고요. 저는 이런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이번에 지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짧은 3개월간 다양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사할 정도로 회사에 대해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내가 성장할 수 있을 만큼만 애정을 갖자>
회사가 나에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배울 것이 많고 이곳에서 더 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사를 한 이유도 회사를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이곳에서 더 배우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날 필요로 없어하더라도 내가 회사를 필요로 한다면 저는 더 붙어 있을 것이며, 내가 회사에 대한 필요성이 없다면 떠날 것입니다.
고된 일이 있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좀 더 참아 볼 것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라, 내가 다는 곳이 이 회사라 좋습니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라 좋은 것 같습니다.
모든 결정은 성장 가능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고, 편해도 배울 게 없는 곳이 있죠.
회사 이직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피난처가 있다면 떠나는 것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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