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따르릉-따르릉-

알람시계가 시끄럽게 울린다. 오른쪽 눈을 가늘게 뜨고 창가를 바라봤다. 

창가에서부터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시다.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간 손으로 울어대는 알람시계의 머리를 툭 쳤다. 정적이 흘렀다. 

이불을 쥔 손을 끌어당겼다. 은진이는 이불을 머리까지 덮었다. 

그렇게. 다시 잠들었다. 

따르릉-따르릉 -

핸드폰으로 맞춘 알람이 화려한 불빛과 함께 울었다. 죽어있던 이불 속에서  솟아 나온 손은 핸드폰 위치를 정확히 짚었고, 손가락으로 정확히 '중지'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침대 한구석으로 던졌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촤악- 

은진이는 덮던 이불을 옆으로 쓱 밀었다. 침대 밑으로 흘렀다. 

침대에 드러난 그녀의 모습은 침대와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모습이었다. 잠옷은 돌돌 말려 가슴까지 올라와 있고, 츄리닝은 왼쪽 무릎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녀의 팔과 다리는 대자로 뻗어 침대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은진이는 조용히 천장을 바라봤다.  바라봤다..    바라봤다...

햇빛은 그녀의 몸을 대각선으로 비췄다. 감은 눈에도 햇빛이 비쳤다. 따뜻했다. 살균되는 기분이다. 모든 미련과 후회가 타버리는 것 같다. 

은진이는 좀 더 이 따뜻하고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누운 발로 창틀을 더듬더듬 찾아 옆으로 스르륵- 밀었다.  

6월 비가 그친 바람이 싱그럽다. 

은진이는 몸을 비틀어 알람시계와 핸드폰을 집고 배 위에 올려놨다. 가늘게 뜬 눈으로 알람 시간을 모두 오전 11시로 맞췄다. 

'암... 밥은 먹어야지' 

은진이는 더 이상 7시에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회사를 어제 그만뒀기 때문이다. 

은진이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다시 싱그러운 바람을 가슴에 담았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운 적이 언제더라.' 

'햇빛으로 몸을 달군 적은 언제였지..'  

'산소가 가득한 바람을 마신적은 언제였지...'

 

은진이는 그렇게 다시 따뜻한 햇볕과 싱그러운 바람 속에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