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작가는 그 이름만으로도 지갑을 열개 만드는 분들이 있죠. 지속적으로 많은 작품을 접하면서 신뢰하게 된 작가가 있는 반면에 한 권의 책에 빠져서 무한 신뢰하게 된 작가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지속적인 작품에 빠진 경우는 "움베르토에코"입니다. 지금은 작고하셔서 그의 작품을 볼 수는 없지만, 고등학교 때 읽은 <장미의 이름>부터 쭈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움베르토 아저씨의 작품은 가성비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가격이 싸고 좋은 내용 때문이 아닙니다. 같은 페이지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읽기도 어렵습니다. 꽤 많은 시간을 드려야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2번 이상은 봐야 합니다. 매우 가성비가 좋습니다.
반면, 한 작품만 보고 빠진 작가는 <13.67>의 "찬호께이" 입니다. <13.67>의 감동이 가시기 전에 <망내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를 질렀습니다. 괜찮았습니다. 꾸준한 작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은 하면 바로"테드 창"입니다. <당신의 인생 이야기>는 스토리도 괜찮았지만, 테드 창의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됩니다. 짧으면서도 아주 임팩트가 있는 이야기들에 마음을 빼앗겼죠.
Ted Chiang <당신의 인생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은 새로 나온 <숨>을 보면 앞뒤 안 가리고 "구매"하게 될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 책 또한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 숨
3. 우리가 해야 할 일
4.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5.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6.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7. 거대한 침묵
8. 옴팔로스
9,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창작 노트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편으로 따로따로 봤으면 좋았을 텐데.."
왜냐하면, 분명 괜찮은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같은 단편은 말 그대로 '생애 주기'를 보여주고 싶어서인지 내용 책의 1/4 정도를 차지하면서도 재미도 없고, 아이디어도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편으로 봤으면 그냥 안 보고 치웠을 텐데... 순서대로 읽다 보니 이건 헤쳐나가야 할 수풀과 같았습니다. 어쨌든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수풀에서 나오니 제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돌아가더군요.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을 거야. 다음 내용은 재미있을 거야.'
'호기롭게 숲으로 들어갔다가 영영히 못 돌아올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에 몇몇 단편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잘 따라오십시오.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2.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3. 거대한 침묵
4. 옴팔로스
5. 자유는 불안의 현기증
위 네 개의 단편이면 시간도 아끼고, 어디 빠질 염려도 없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건, 맨 첫 단편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입니다. 아이디어도 매우 훌륭했고, 스토리도 재미있었습니다. 스토리상으로는 이것을 제외하고는 다들 고만고만했지만, 다른 단편들은 생각을 해볼 만한 내용이라 추천에 넣었습니다.
특히, <거대한 침묵>은 매우 짧지만 임팩트 있는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옴팔로스>와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는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인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의 경우는 스토리가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이외 다른 작품에는 발을 들이지 마십시오.. 특히, <소프트웨어의 객체의 생애주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몇 번이나 나를 잠들게 했는지..
책을 보면서 가장 궁금한 것이 왜 책 제목이 <숨, Exhalation>일까?입니다. 단편 중 가장 책 제목으로 어울리는 제목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가장 평가가 좋은 단편이라서 그런 걸까요? <숨>이라는 작품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 가장 좋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옴팔로스여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
그냥 책 제목으로 어울리는 제목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려는 분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맨 뒤에 <창작 노트>가 간략하게 적혀있습니다. 단편들의 내용에 간략한 설명을 들어보는게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편이다보니 짧은 글에서 주제나 스토리를 파악하기도 전에 끝날수도 있으니 내용을 이해하는데 <창작노트>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과연, 나는 다음 테드 창의 새로운 신작이 나온다면... 살 것인가? 물음을 던져봅니다.
"그래도 한 번은 더 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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